Macondo
이효연 Solo Exhibition
2025. 4. 11(Fri) 5. 1(Thu)
 
당신은 인생에서 강렬한 기억을 남기는 장소를 만나본 적이 있는가? 장소에 대한 기억은 개인의 가치관과 신념, 지향하는 바에 따라 황홀하게 미화되기도 추악한 지난 날의 무언가로 단정지어 지기도 한다. 우리는 장소를 다양한 방법으로 기억하고 추억한다. 때로는 장소 자체라고 믿는 사진을 찍는다든지, 가장 은밀하고 비밀스러운 개인의 공간에 텍스트로 글을 남긴다든지 하는 방법으로 말이다.
이효연 작가는 캐나다의 어느 시골길이라는 낯선 타국의 땅에서 거대한 광활함을 느꼈다. 나아가 그곳은 그녀에게 영감이라는 이름으로 새겨졌다. 영감은 누구나 가질 수 있다. 그것을 오랜 시간 뜯어보고, 부수고, 다시 붙이고, 깎아내고 다듬는 과정을 거치며 하나의 작품을 만들 수 있느냐 없느냐가 예술가와 그렇지 않은 이를 가르는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이효연 작가는 우연히 발을 딛은 장소를 통해 예술을 해내어 자신만의 방식으로 기억을 그렸다.
그녀의 작품 이름인 <Macondo>는 마르께스의 소설 <백 년의 고독>에 등장하는 마을의 이름이다. 우리에게 중요한 것은 <백 년의 고독> Macondo가 아니다. 설령 이효연 작가가 <백 년의 고독>‘Macondo’에서 어떠한 영감을 받았다고 하더라도, 우리는 이효연 작가가 홀로 쌓아올린 작품 <Macondo>를 독립적으로 바라봐야 할 필요가 있다. 작가가 펼쳐낸 <Macondo><백 년의 고독>‘Macondo’에서 머무른 것이 아닌 작가만의 새로운 상상과 그가 떠올린 창의적인 이야기에서 다시 시작된 작품이기 때문이다.
 
그림이 그림에게 말을 건네는 상상을 한다. 풍경이 풍경에게 말을 건네고 그것은 또 하나의 커다란 풍경이 되었으면 좋겠다
- 작가노트 -
 
작가노트에 쓰인 작가의 간절한 바람을 통해 우리는 작품 <Macondo>가 가진 구도의 의도를 어렵지 않게 이해할 수 있다. 이효연 작가는 작품 <Macondo>를 정적인 존재로 제한 짓지 않았다. 도리어 풍경을 바라보는 사람들, 그들을 바라보는 우리, 나아가 우리를 바라보는 어느 누군가로 끊임없이 이어지는 제3자의 시선은 보는 이에게 무한한 상상을 심어버리고는, 그림에서 우리가 서 있는 장소로, 우리가 서 있는 장소에서 또 다른 공간으로 작품의 세계를 확장해나간다. 작가는 작품과 그것을 바라보는 관객 둘 중 누구에게도 공간적 제한을 주지 않는다.
우리는 다양한 매체를 통해 비현실적인 것을 수 없이 접한다. 그럼에도 우리가 그 비현실적인 것들을 향해 환호하고, 그 안에 몰두하는 이유는 그것들이 가지고 있는 사실적인 이야기때문이다. 이효연 작가는 바로 이 비현실적이고, 사실적인 것에 주목했다. 그녀에게 비현실적인 상상과 사실적인 예술행위는 그녀를 자신이 지은 무대 위로 올렸다. 우리는 무대에서 그녀가 보여주는 모든 것을 바라보는 관객이기도 하다. 다만 그녀의 작품은 관객과 작품 사이에 선을 뚜렷하게 긋지 않는다. <Macondo>를 통해 우리가 우리를 볼 수 있듯, 우리는 그녀의 무대에서 함께 춤을 출 수도, 울 수도, 무언가를 외칠 수도 있다.
이러한 환상적인 일은 전시장이라는 사실적인 공간에서 우리 모두가 겪을 수 있는 상상이다. 작가의 뚜렷한 기억에서 시작된 작품 <Macondo>는 결코 작가만의 것으로 국한되지 않는다. 이효연 작가가 오랜 시간 정성이 담긴 과정으로 길러낸 <Macondo>라는 이름의 나무는 세계가 되어 지극히 사실적 존재인 우리에게 전이되고 또 다른 비현실적인 세계와 나무를 근사하게 탄생시킬 것이다.
<Macondo>는 그림에서 현실로, 현실에서 또 다른 저 너머로 세계를 잇고자하는 작가의 의도를 액자식 구성으로 풀어낸 작품이다. 작가가 시골길 위에서 뜻하지 못한 광활함을 만났던 것처럼 우리 역시 <Macondo>를 바라보고 그 세계로 빨려들어가 생각지도 못한 것을 얻을 수 있다. <백 년의 고독>‘Macondo’, 이효연 작가의 <Macondo>도 아닌 우리만의 무언가를 말이다.
작가가 작가와 작품, 작품과 관객 사이를 잇는 끝없는 풍경을 기대한 것이 서운하지 않게, 발을 딛고 있는 바로 이 사실적인 공간에서 당신이 한계 없는 상상을 누비며 <Macondo>를 바라보기를 가슴 깊이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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